대학교 친구의 결혼식 사회를 무사히 마쳤다.
그냥 틀에 박힌 식순을 읽고 끝내긴 싫어서, 두 사람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전문 사회자들 영상도 찾아보면서 틈틈이 대본을 다듬고 고치고, 몇 번이나 소리내서 읽어보고 또 고치고 해서 완성한 대본.
당일날 되면 갑자기 떨릴까봐 걱정돼서 1시간이나 일찍 가서 직전까지 여유롭게 인사도 하러 다니고 사진도 찍어주고 했다.
불이 꺼지고 개식사를 위해 사회자석에 스팟라이트가 딱 비추고 준비한 멘트를 하는데 갑자기 심박수가 미친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ㅋㅋ 가수들이 무대 올라가서 조명켜지면 관객석 하나도 안보인다는 말이 뭔지 바로 실감... 발표 떨릴 땐 제일 착한 눈으로 들어주는 사람 콕 찝어서 그 사람한테 이야기한다 생각하고 해야되는데 앞이 하나도 안보이고 조명은 뜨거우니 그 잠깐 사이에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하더라고.
그래도 조명 꺼지고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몇 마디 더 하니까 긴장이 바로 풀리긴 했다. 중간부터는 박수 유도도 하고 즉석 멘트 추가도 하고 틈틈이 사진도 찍는 여유를 부림...ㅋㅋ
끝나고 듣기 어땠는지 물어보고 다녔는데 다들 너무 잘했다고 해줘서 너무너무너무너무 뿌듯했다. 역시 관종의 기질은 숨길수가 없지. 담에 막 또 하고 싶고 그렇자나???
근데 진짜 내가 언제 이렇게 뭔가를 한 줄 한 줄 또박또박 읽어내려간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성과 진심을 최대한 담아 집중했던 것 같다.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어디 면접가서 나 잘났어요!!! 외치는 데만 써먹던 내 음성와 언어가 누군가를 축하하고 응원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정말 근래에 했던 그 어떤 일보다 보람있고 행복한 경험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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