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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19-23] 미생엔지니어의 고군분투기

[책] 전념

by jae_walker 2023. 5. 13.

 


대학원을 지원하면서 석사와 석박통합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유는 내가 세상 밖의 더 넓고 다양한 가능성에 더 많은 선택지를 남겨두는 대신 어느 한정된 분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투신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 그래서 박사과정을 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그런 결심을 했는지, 궁극적으로 어떤 것들을 얻었는지가 궁금해서 "내가 대학원을 가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이란 책을 사러 서점에 갔는데, 우연히 이 책도 눈에 띄어서 하나 집어왔고 결과적으로는 박사과정 선택뿐만 아니라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데 이 책이 더 많은 도움이 됐다.

원제는 Dedicated. 번역된 제목은 "전념"인데 개인적으로는 "헌신"이라고 번역이 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어떤 대상에 대해 애착, 유대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자체를 나의 정체성으로 삼아 스스로 충만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기에는 헌신이라는 단어가 더 뉘앙스를 잘 전달하는 것 같아서.

내가 지금까지 막연히 대단하다고 본받고 싶다고 느꼈던 멘토의 모습을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보이는 문장으로 단어로 정의할 수 있게 된 느낌. 예전에 SH님께 뭐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세요? 라고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이 "책임감"이었다. 그땐 잉? 뭐에 대한 책임감? 개인이 회사에 왜 책임감을 가지지라고 의문이 들었는데 그 뜻을 약간을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던 전통적인 의미의 책임감(어떤 대상에 대한 의무감으로 나의 무언가를 포기하고 견디고 버티게 하는 마음)이라기 보단 전념, 헌신의 의미(어떤 대상에 대해 애착과 유대감을 가지고 나를 기꺼이 쏟아내는 마음)에 가까웠던 것 같다.

헌신은 전염된다. 누군가 헌신한다는 것은 그것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증거가 되고, 다른 사람도 그 대상을 애착을 가지고 소중하게 다루게 만든다. 가치가 있어서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헌신하기 때문에 가치가 부여된다. 그리고 내 주변사람들 그리고 내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헌신할만한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설득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그렇게 느낀 것처럼.

언젠가 명사 말고 동사로 삶의 목표를 정의해보라는 말에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재미있어요 하고 내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 막연하기만 했던 어떻게 그렇게 살 것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