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다.
선배님들만큼 하고 싶다는 건 당연히 욕심인 거 알고,
그냥 지금 시키는 이 일이 무슨 일인지라도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이제 겨우 한발자국 뗀 것 같으면 다시 뒷걸음이다.
연말이라고 면담을 했다.
일하면서 회사에 적응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냐고 물어봤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제일 어려운 점이다.
솔직히 다른 동기들처럼 부서에 이상한 선배가 있다거나,
선배님들이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방치한다거나,
아무나 시키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잡일을 하루종일 시켜서 자존심이 상한다거나,
그런 문제면 남탓이라도 하면서 기분이라도 풀지...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선 나만 잘하면 된다.
나머진 완벽해.
나는 회사오기 전까지 내가 뭐든 되게 잘 할 줄 알았다.
말귀 척척 알아듣고, 시키는 거 챡챡 해놓고.
에이스 신입이가 될 줄 알았지. 딱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구...
근데 뭐 현실은 간단한 일도 세상 어렵게 하고,
몰라서 질문을 하려고 하면 뭘 어디서 부터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이런 상황이 너무 자존심 상해서
자꾸 깔끔하게 대답을 못하고 얼버무리게 된다.
변명같은 부연설명하게 되고.
오늘 또 선배님 질문에 필요없는 말만 덧붙였다.
"그거 잘 되고 있어요? 이제 슬슬 검증 넘겨야 될 거 같은데..."
"아, 아직 못했는데요... 어제 시뮬 돌려놓고 갔는데 이게 이상하게 멈춰있더라구요....하하..."
하, 진짜 그냥 좀 못했다고 모르겠다고 해.
물론 처음 해보는 일이라,
아직 제대로 공부해보지 못한 분야라서,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우는 건데 쉬울리야 없지만
그래도 자꾸 자존감이 갈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매일 내 밑바닥과 마주한다는 게... 쉽지 않아...
이게 아무것도 모르고 설계 정글에 내던져진 신생아 엔지니어의 운명인가.
크리스마스 이브고 뭐고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온다.
자꾸 오늘 몰랐던 거 못했던 거 이해 안갔던 것들이 생각나서.
공부나 하다가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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