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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19-23] 미생엔지니어의 고군분투기

[230213] 너의 무기력함이 나는 슬프다.

by jae_walker 2023. 2. 13.

너의 무기력함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났다가도 슬퍼진다.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는 것 같아서 슬프다가도 왜 저러고 있을까 싶어 다시 화가 난다.
너가 빨리 그 컴컴한 동굴을 좀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답답한 마음에 뭔가 막 써내려서 던져버린 글인데
다시 읽어 보니 나도 가끔 무언가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다시 꺼내서 읽어보며 되새겨야 할 것 같은 내용이네.


 
1. 내가 뭔가 좋은 기질을 타고 나거나 소위 잘나간다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어서 뭔가 인생이 쉬울거라고 내 삶을 니맘대로 판단하지마. 솔직히 그런 식으로 얘기할때마다 기분 나빠. 너는 대기업 다니는데 뭘 알아 라고 이야기하는건 니가 대기업 다녀보지도 않고 뭘알아 라고 말하는거랑 똑같은 폭력이야. 그렇게 이야기하는거 솔직히 자기 스스로를 약자로 프레이밍해서 남 인생 함부로 판단하는 면죄부 받는걸로 보이기까지해. 누구나 자기 삶에 대해서 선택을 하고 선택에 책임을 지면서 살아가야 하는거고. 나는 여러가지 삶 중에서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삶을 선택했고 노력하면서 살뿐이야. 이걸 위해서 나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거 포기하고, 하기 싫고 어렵고 힘든거 참아내. 매순간 실패하고 번민하고 투쟁하면서 살아. 너만 그렇다고 생각하지마. 너보다 더 인생 쉽고 천진하게 사는거 아니야. 나도 힘들어 나도 실패하고 나도 이렇게 말은 하지만 인생 성인군자처럼 번지르르하게 살지않아. 너가 맨날 얘기하는 그 사람 좋아하는 성격때문에 오히려 하루하루 수십번씩 나보다 똑똑하고 학벌좋고 성격좋고 여유있는 사람들을 내 눈앞에서 직접 마주해. 당연히 부럽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아쉽고 무력할때도 있어. 다만 그걸 내가 선택한 삶에 변명으로 삼지 않으려고 하고, 자꾸 거기에 집중하면서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내가 부족해보여서 견디는게 어려울때 스스로 잘 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다독이며 사는거지. 왜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고 자기 변명하는 수단으로 삼아. 니 상황이 보통 사람들과 달라서 더 어려움이 많아? 어느 정도 어려워야 너보다 덜 어렵고 더 어려운건데.

2. 핑계 좀 그만대. 해야될 일을 못하고 있는 이유, 안해야 할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애써 찾아내는데 시간과 에너지 그만 쏟아 제발. 모든 일엔 예외가 있고 그만의 사정이 있겠지. 대안도 회피수단도 있겠고. 근데 그 무슨 이유를 가지고 와도 그건 결국 본질을 외면하고 판단을 유보하는 대안일 뿐아니냐? 본질은 항상 간단하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 근데 그거에 대한 모든 예외케이스와 변명거리와 주변이야기를 끌고와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면 대화든 삶이든 다음으로 전개가 안돼. 그래서 가끔 너랑 이야기하면 힘들어. 모든 상황을 너무 장황하고 복잡하게 만들어 버려서 결국 해답을 찾을수가 없거든. 그리고 남는건 그 답없어보이는 상황과 답답한 감정 뿐이야. 그리고 그게 니 머릿속을 보는 것 같아. 엉킨 실타래가 가득해서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모르겠는.

3.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되는건 없어. 성취든 극복이든. 그거야말로 천진하고 무책임한 생각이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아무는 상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닌거 같으면 약을 바르던 염증을 짜내던 해야지. 상처 썩어들어가는데 다친게 슬프다고 상처 덧나는건 생각도 안하고 술먹고 앉아있으면 바보지. 병원, 상담 다니면 뭐해 근본적으로 다친 사람이 상처를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는데.

4. 백날 이런 이야기 해봤자 듣기에만 좋은 소리지 지금 니 상황에서는 와닿지가 않아? 그럼 언제까지 어떻게 할줄 모르겠으니 가만히 있을건데. 뭐라도 방법을 찾고 시도를 해봐야지 그게 어떤 결심이든 자기최면이든 행동이든. 주어진 상황과 감정에 쳐맞고 있지말고. 너가 문제라고 생각하는게 있으면 방법을 찾으라고. 방법을 모르겠으면 주변에 물어보던지 도움을 청하던지. 하다못해 책을 찾아 읽던지.

이런 얘기 한두번 하는것도 아닌데 매번 지겹도록 같은 이야기로 귀결되는 이유는 딱 한가지야.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고 갈피못잡고 주저하고 있는 너가 걱정돼서. 너는 너가 무기력해할만큼 뭘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야. 듣기 좋으라고 용기 준다고 그러는거 아니고 객관적으로. 근데 너가 주관적으로 스스로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고 있어. 그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너무 답답해서 그래. 그래 요즘 운동도 하고 알바도 하면서 나름 노력하고 있지. 근데 결국 위에 내용들을 먼저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그것들조차 뚜렷한 목적성 없이 뭔가 하고는 있다고 자위하면서 시간 보내는거 밖에 안될지도 몰라. 본질이 아니라 대안이니까. 마음 굳게 먹어. 애매하고 소극적인 스탠스는 제자리걸음 or 또다른 좌절만 가져오고 그럼 굴레 끊는게 점점더 어려워지기만 할 뿐이야.